2015년 5월 8일에 내일신문에 난 뉴스 입니다.
http://www.naeil.com/news_view/?id_art=149387
[선생님과 진로찾기]일산고등학교 오병일 진로 부장교사
오래된 영화 ‘시네마 천국’을 다시 보았습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주인공 토토에게 마을의 영사기사로 일했던 알프레도 할아버지가 이렇게 말합니다.
“각자에게는 따라야할 별이 있지.” “무슨 일을 하든 자신의 일을 사랑하렴.”
흔한 말처럼 들리지만 미래를 고민하는 토토에게 할아버지가 전하는 진심입니다. 우리에게도 알프레도 할아버지처럼 아이들이 자신의 별을 따라갈 수 있도록 진심을 전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학생들의 꿈과 끼를 찾아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기꺼이 하고 있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일산고등학교 오병일 진로 부장교사
“자신을 사랑하는 아이들은 스스로 진로 찾아갑니다”
청소년기 진로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사실 진로는 평생의 숙제처럼 고민해야 하는 과제다. 어른이라고 해서 그 고민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일산고등학교(송국영 교장) 오병일 진로 부장교사는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다 진로교사로 교과를 전환했다. 현실에 안주하고 타협하기보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고민한 끝에 내린 선택이라고 한다.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 그가 학생들에게 던지는 이 질문은 그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본래 진로라는 것은 ‘어떤 삶을 살 것인가?’하는 삶의 본질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학생들과 함께 진로의 길을 찾아 나선 오병일 부장교사를 만나 보았다.
진로 교육은 곧 가치관 교육
“명문 사립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특목고를 거쳐 국내 최고의 대학에 입학한 학생이 입학식 날 엄마에게 물었답니다. ‘엄마, 나 이젠 뭐 하면 돼?’”
이 웃픈(웃기고도 슬픈) 이야기로 그는 말문을 열었다. 사실일까 싶지만 우리의 현실이라고 한다. 진로에 대한 고민 없이 무조건 앞만 보고 달리도록 강요된 현실에서 학생들은 그렇게 자랄 수밖에 없다고 한다. 오병일 교사가 근무하는 일산고는 특성화 고교로 다수의 학생들이 진로 방향을 잡고 입학을 한다. 진로에 대한 고민이 일반고 학생들에 비해 덜한 편이다. 그래서 그는 학생들에게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아이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라고 물으면 대부분 1순위가 돈이라고 합니다. 간혹 가족이나 우정, 사랑 등을 말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돈이 압도적이지요. 그런 아이들에게 딱 하나를 잘 준비하면 돈과 꿈, 가족을 얻을 수 있다고 알려줍니다. 바로 직업이지요. 직업을 선택해 열심히 일하면 꿈을 이룰 수 있고 가족을 돌볼 수 있으며 돈도 벌 수 있다고요. 아주 기본적인 이야기인데 이런 언급을 해주는 어른들이 별로 없어서 아이들도 그저 돈을 많이 버는 것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로의 핵심 키워드 ‘자존감’
일산고는 매일 아침 교장, 교감 선생님이 교문에서 학생들을 악수로 맞이하고 학생들은 선생님께 예를 갖춰 인사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물론 그 곁에서 복장 검열도 진행된다. 복장이 불량한 학생들은 한편에 서있어야 하는데 오병일 교사는 매일 아침 그 학생들과의 상담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취업을 할 것인지, 진학을 할 것인지, 자격증 준비는 잘 돼 가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처음엔 운 나쁘게 걸렸다며 투덜거리던 학생들도 그와 짧은 상담을 하고 나면 마음이 스르르 풀려 밝은 표정으로 교실로 향한다. 그리고 고민이 있을 때 선뜻 그를 찾아온다.
진로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획일화된 진로교육은 큰 의미가 없다. 학교당 한 명 정도의 진로교사가 상주하고 있는 현실에서 개인별 맞춤 진로교육은 사실 시행되기 어렵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것이 사람됨을 강조하는 교육이다. 삶의 가치관에 대한 조언을 해주고 인사나 예절, 인성 등을 바르게 잡아갈 수 있도록 해주면 누구나 자신의 길을 잘 찾아간다고 그는 믿고 있다.
“자존감은 진로의 핵심 키워드로 자존감이 높은 학생들은 웬만하면 자기 길을 잘 찾아갑니다. 혹시 잘못된 선택으로 실패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 자기 길을 찾아가지요. 강요에 의한 길을 걸어가다가도 내 길이 아니다 싶으면 결국 자신의 길로 돌아옵니다. 진로는 끝내 누군가가 찾아줄 수 없는 길입니다. 진로교사도 부모님도 할 수 없어요. 아이들에게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길러주고 믿고 기다린다면 아이들이 제 발로 찾아 나설 것입니다.”
대학 아닌 학과 선택이 먼저다
오병일 교사는 상담실을 찾아온 학생들에게 슬쩍 카드놀이를 권한다. 프레디저 카드라는 것인데 개인의 성향이나 흥미 등을 파악할 수 있어 진로지도에 도움이 되는 카드다. 처음부터 고민을 털어놓기 어려운 학생들의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좋은 매개체다. 학생들은 이 참신한 카드놀이의 매력에 빠져 가벼운 마음으로 진지한 상담을 하고 돌아간다.
대학을 가도 진로를 찾지 못해 고민하는 청춘이 많다. 그나마 1~2학년 때라도 진로를 찾으면 다행이지만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학생들이 다수다. 오병일 교사는 이는 국가적인 낭비라며 진로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진로나 적성에 맞지 않는 학과를 선택해 다니다가 1학년 때 그만두고 방황하는 것은 다행입니다. ‘이 길이 아닌데’하며 계속 다니는 것은 정말 불행한 일이지요. 대학 진학은 무조건 학과 선택이 우선시 돼야 합니다. 4년제 대학이건 전문대건 자신이 원하는 학과에 지망해야 해요. 성적에 맞춰, 대학을 우선해선 안 됩니다. 물론 진학에 앞서 진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