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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을 가르치기 전에 일을 이해시켜야
수학적 계산에 의한 직업 가짓수는 289만개
우리는 진로교육에서 주로 이루어지고 있는 활동들을 한번 냉철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현재 진로교육의 주된 활동은 ▲자기이해를 위한 각종 진단 ▲외부 직업인 초청 직업설명 듣기
▲외부 기관 견학하여 설명듣기 같은 것들이다.
직업의 가능성 있는 가짓수에 비해 참으로 지엽적이고 단편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 이러한 활동이 학생을 중심으로 일관성 있게 정리되어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설계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런 기대에 전혀 못 미치고 있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특정 직업인의 단편적인 직업 설명만으로는
방대하고 다양하기 짝이 없을 직업 세계에 대한 전체적인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특정 기관을 견학하고 설명을 들었다고 해서 별로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그 기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어떤 것이고 다른 기관과는 어떤 연관성을 맺고 있는지
안다는 것 또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진로 결정을 돕기 위해서는 학생 스스로 직업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하고 깊은 지식을 알게 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30년 이상 직업생활을 한 사람도 직업세계 전체를 설명할 방법을 찾지 못할 정도로
너무나도 방대하고 너무나도 변화무쌍하게 증식해나가고 있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직업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기간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일은 ‘무엇을 이루거나 적절한 대가를 받기 위하여 어떤 장소에서 일정한 시간 동안
몸을 움직이거나 머리를 쓰는 활동. 또는 그 활동의 대상’이라고 정의한다.
직업보다는 일의 범위가 훨씬 넓다.
왜냐하면 일은 돈이 되든 안 되든 모든 것을 포함하지만,
직업은 정기적으로 해야 하면서도 반드시 돈벌이가 되는 것을 지칭하기 때문이다.
직업은 또한 특정한 몇 가지 일들의 결합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면 일에는 무엇이 있을까?
프레디저 흥미카드에서는 일의 종류를
▲물건과 관련하여 하는 일
▲사람과 상대하는 일
▲자료와 관련하여 하는 일
▲머리로 하는 일 등을 각각 13가지로 정리하였다.
그러면 총 52가지가 된다.
나아가 어떤 일은 단독으로 행해지고, 어떤 일은 다른 일과 결합하여 새로운 일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 프레디저 흥미카드에서 정리한 일의 종류 |
그렇다면 이렇게 일과 일이 결합하여 만들 수 있는 창직은 몇 가지가 될까?
한양대 공학대학원 이구용 겸임교수의 계산에 따르면
이런 결합으로 인해 만들어질 수 있는 직업가지수는 이론적으로 총 2,893,163개이다.
▲ 프레디저의 52가지 일 중에서 5가지 일로 만들어지는 직업의 수를 산출한 계산식 |
위의 식처럼 많은 일들의 결합으로 새로운 직업이 생겨날 수 있으며,
일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학생들은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보다 쉽게 찾아갈 수 있다.
그렇다면 학생들에게 일이 무엇인지를 가르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해답은 바로 워크체인이다.
아래표는 중학생용 워크체인이다.
이 워크체인 표는 ‘누가 만들까요’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 단계적이고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답을 학생 스스로 찾아가도록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게 강점이다.
물론 학생들의 상태에 따라 난이도는 다르다.
그렇게 찾아가다 보면 구체적인 회사 이름이 나오고 구체적인 직무가 나온다.
나아가 이 직무에 이르기 위해 공부해야 할, 전공해야 할 학과명 또는 전공명이 나온다.
기본적으로 학생들은 스스로 생각을 해가면서 풀도록 돼 있다.
▲ 중학생용 워크체인의 예 |
수업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간다.
1) 실습지를 편다.
2) 네모 칸을 보면서 친구들과 함께 어떤 내용이 들어가는 것이 맞는지 토의한다.
3) 공동으로 결정한 답을 네모 칸에 옮겨 적는다.
이런 수업을 통해서 학생들은 ‘일’이라는 게 굉장히 복잡하고 알아야 하는 게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직업’이 그렇다는 것도 알게 된다.
또한 목표를 달성해가는 데 있어서 가는 길도 여러 가지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깨달음’, ‘앎’이 바로 중대한 발전이다.
사실 모든 물건은 일과 일이 결합돼야 만들어진다.
그래서 물건 하나조차도 좁은 의미의 직업이라는 이름으로 단순화할 수 없다.
‘창직’이란 것도 표현만으로 보면, 직업과 다른 직업과의 연결고리에서 찾아야 하는 게 된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일과 일이 결합되는 것이다.
따라서 일은 직업보다 상위개념에서 배워야 하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무작정 직업탐색이라고 해서 현장 체험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과 일의 결합에 대한 학생들의 근본적인 이해가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한양대 경영대학 김창 겸임교수는
“워크체인은 바로 이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구조화된 학습도구”라고 주장한다.
워크체인은 ‘물건이나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과정 속에서 일, 직업, 전공, 직무, 회사를 이해하는 체험형 진로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워크체인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고,
워크체인은 그 일을 위해 어떤 학습과 준비를 해야 하는지 깨닫게 도와준다.
이런 교육방법으로 학생들에게 일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를 돕고 난 다음
직업 탐색을 해야 효과가 배가될 수 있다.
이런 이해의 과정을 거친 후 어떤 교육을 받을지는 학생 개개인의 흥미와 목표에 따라 스스로 결정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무조건 대학을 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갈길을 스스로 찾아가도록 만드는 교육,
어떤 일에 대한 흥미가 있는지 먼저 알아보고 그 일과 관련된 직업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 진로교육이다.
그 연장선에서 그 일과 직업에 연관된 학과를 목표로 진학을 결정하는 것이 바른 순서다.